살며 생각하며~(생활글)

헌혈은 생활의 일부

둥지방 2015. 3. 11. 02:23

 

 

헌혈은 봉사활동의 기본

내가 헌혈을 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학창시절 JRC(지금은 RCY로 통합된 것으로 알고 있다)활동을 하던 중 응급처치요원 양성 교육을 받을 때 ‘한 방울의 혈액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헌혈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강사님의 열정적인 강의 때문이다. 그분의 강의에 감명 받아 교육받던 단원들 모두가 단체 헌혈하였다. 덕분에 전교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칭찬까지 받았다. 그때가 50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그 후 적십사활동을 하면서 캠페인을 겸해 계기가 생길 때 마다 헌혈을 하긴 하였지만 학교 졸업 후 직업군인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헌혈할 기회가 자주 없었다. 그럼에도 항상 헌혈이라는 단어는 내 마음속에 있었기에 서울 등 도심으로 나들이 하다가도 헌혈차량을 발견하면 서슴없이 헌혈을 하곤 했었지만 주기적인 헌혈은 공직생활을 끝낸 후 제2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성분헌혈이나 혈장헌혈이 가능하다보니 최근 20년 동안의 헌혈회수가 그전 헌혈한 회수보다 더 많게 되었다.

70년대 중 후반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적십사에서 혈액관리를 통합하는 체계가 아니었던지 민중혈액원이라는 민간(?)기관의 헌혈차량이 서울역등 도심에 가끔 눈에 띌 뿐 헌혈이라는 말 자체가 보편화 되지못하였기에 일반 민간 병원에서는 매혈이 암묵적으로 성행하였으며 혈액이 부족하여 생명이 위험하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곤 했었다.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많은 헌혈로 남는 혈액을 수출까지 한다는 선진국을 생각하며 헌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더욱 느끼면서 주변에서 헌혈증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모아둔 헌혈증을 주곤 하였다.

헌혈증은 단순히 헌혈을 했다는 증명서로서의 용도가 아니라 헌혈을 한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생각하기기 때문에 그동안 300여회 헌혈(80년대 초반까지 헌혈기록을 찾을 수 없어 공식 헌혈기록은 212회이다.)을 하였으나 이곳저곳 주다보니 내가 지니고 있는 헌혈증은 항상 몇 장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자신에게 당장 필요 없는 헌혈증으로 절실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기에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몇 년 전인가?, 우리나라 학생이 하바드 의과대학에 우수한 학과 성적으로 합격하였으나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가 면접에 불합격한 이유는 헌혈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곳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추측하건데 대학 당국에서는 수재인 그 학생을 놓치고 싶지 않아 봉사 활동경력이 없는 그에게 봉사활동의 가장 기본인 헌혈증을 요구했으나 헌혈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헌혈증이 있을 리가 없다.

결국 학교에서는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봉사 활동의 가장 초보 단계라 할 수 있는 헌혈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회의 지도자, 특히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실 선진국(단순히 富國이라는 개념은 아니다.)일수록 사회봉사에 대한 개념이 잘 정립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한편으로는 남을 위해 또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어릴 적부터 사회봉사를 체험하며 자란다. 그 과정에서 봉사의 어려움과 땀의 참 뜻을 알고, 또한 어려운 이웃을 보며 그 어떤 사명감도 키워 가는 것이며 이는 사회지도층일수록 그러한 사고가 강하여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이 조금씩 쌓이면서 자연스레 동포애, 인류애 정신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헌혈이란 봉사 활동의 기본이요 최소행위로 생각한다.

이처럼 그들은 헌혈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에 건강한 성인의 대부분이 헌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정의 불의의 사고에 헌혈자가 줄을 잇는 것도 보기가 좋지만, 평소에 헌혈의 집이나 헌혈 차량에 門前成市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헌혈이 봉사활동 점수의 큰 몫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인지 몰라도 헌혈의 집이 예전과 달리 학생들을 비롯한 성인들로 붐비고 있어 어쨌든 보기가 좋았다.

우리도 머지않아 혈액 수출국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만 사실 혈액을 수입한다는 것이 외화낭비는 제쳐두고라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걱정되는 것은 수입해 온 혈액이 우리 체질에 과연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身土不二는 농수산물만이 아니라 혈액도 신토불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에 접어들었다는데, 건강한 사람이라면 헌혈을 생활의 일부로서 생각하여 더 많은 헌혈로 수출까지는 못 할지라도 자급자족 정도만이라도 되면 좋겠다.

60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나에게 아내와 주변사람들은 건강이 염려된다며 그만하라고 말하지만 헌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며 그들의 말을 일축하지만, 사실 과거에는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하였고 요즘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헌혈하기 위해 건강을 챙기고 있다.

다시 말해서 건강하지 않으면 헌혈을 할 수 없기에 헌혈하면 받게 되는 검진표를 통해 나름대로 내 몸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음주를 절제한다든지 운동을 더 하는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제공되는 기념품 특히 문화상품권이나 도서상품권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책을 사본다든지 영화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함으로서 정신적인 건강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정기적인 헌혈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는 만큼 ‘봉사’라는 거창한 명분은 제처 두더라도 건강을 위해서 헌혈을 해보자. '건강과 봉사'. 이야말로 一石二鳥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