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방 2015. 3. 7. 16:22

대책없는 졸음

 

“귀관들! 앞에 보이는 못이 보이는가? 저 못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알겠나!?”

찔러도 피한방울 날 것 같지않은 교관의 으름장이었다.

“예!!!”

우리들은 목청껏 대답을 하면서 ‘어느 미친 녀석이 이 추운 날씨에 못에 들어갈까?’ 라 생각했다.

사실 3월 초순이지만 기온은 영하와 영상의 사이를 오가고 있는 날씨였다. 게다가 피 교육생인 우리에게는 체감온도는 그야말로 영하인지라 연못에 들어간다는 것은 꿈도 못 꿀 형편인데 연못에 들어가지 말라니 교관이 우리를 어린이로 착각하는가 했다. 그러나 군기가 엄하기 그지없는 사격장이므로 우리들의 대답은 군기가 바짝 들은 상태로 고함을 질렀다. 이윽고 교관의 강의가 시작되고 우리들은 오들 오들 떨면서도 교관의 말을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피 교육생의 생리는 어쩔 수 없었다. 불과 몇 분이 지났을까?

“장교들이 교육중에 졸아! 아직도 군기가 덜 들었구먼, 사격장에서 존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원 일어 섯!”

교관의 쇠소리 같은 구령에 우리들은 허벌떡 일어나야만 했다. 동시에 어떤 기합(벌칙)이 떨어질 것 인가하는 두려움도 일기 시작했다.

 “앞으로 갓!”

우리들은 로봇트 마냥 앞으로 걸어 나갔다. 몇 발자국을 가고 나니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연못 가장자리까지 닿았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들은 제자리 걸음으로 발을 맞추고 있었다.

“누가 제자리 걸음 하라 했나? 앞으로 갓!”

이 무슨 청천 벽력인가? 이 추위에 물에 들어가라니! 우리는 믿기지 않은 듯 엉거주춤하였지만 이어서 터져 나온 교관의 뇌성벽력 같은 일갈에 우리들은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교관이 교육에 앞서 ‘못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라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못의 깊이가 허리까지 되었다.

“귀관들은 교육중에 졸았으므로 그 벌칙으로 물속에서 교육을 받는다. 알았나?! 뒤로 돌앗! 제자리 앉아!”

우리들은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 앉아 목만 내놓은 채 강의를 들었다.

교관의 강의는 시작되었지만 강의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떨리는 턱과 어금니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첨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와중에서도 어떤 친구가 졸다가 철모를 빠트렸던 것이다.

“정말 대책 없는 장교들이구먼! 그렇게 잠이 오면 소원대로 취침시켜 주겠다. 전원 취침.!”

우리는 교육 받다 말고 물속에서 취침 기상을 반복하며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이에 그치지않고 그날 우리는 하루종일 각종 포복훈련을 비롯하여 PRI훈련만 받았다. 소위 뺑뺑이 쳤다. 그러나 그 뺑뺑이는 얼은 우리의 몸을 녹혀 주는 구실을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