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이 입증한 에밀레종
첨단 과학이 입증한 에밀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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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에밀레종이라 불리고 있는 봉덕사 종 또는 성덕대왕 神鐘은 미적 가치를 비롯하여 주조기법, 재질, 음질 등 기술적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오묘하고 신묘하다는 음질, 음향과, 3.75m크기에,11~25㎝이르는 두께 그리고, 18톤의 무게를 지닌 거대한 청동종의 주조 기법은 현대의 첨단과학으로서도 완전히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신비를 감추고 있는 종이다.
에밀레종에 대해 말하기 앞서 서양종과 동양종의 특징에 대해서 말해본다면. 우선 종의 모양에서 서양종은 나팔꽃을 뒤집은 모양이고 동양종은 물항아리를 뒤집은 모양이며 서양종은 종의 몸통안에 추가 있어 몸통을 매달은 지랫대를 움직여 종이 움직임에 따라 추가 몸통내벽을 때려 소리를 내게한다.
그러나 동양종은 몸통은 용두에 의해 매달린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외부의 목공이로 외벽 몸통의 정해진 부위 즉 당좌에 타격을 주어 소리를 내게 한다.
크기나 무게에 있어서는 서양종은 높은 종탑에 매달아 종 자체를 움직여야했기 때문에 동양종에 비해 작고 가벼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서양종은 땡~땡하는 쇠 소리의 가벼운 음색의 소프라노에 비교할 수 있으며 동양종은 둔탁한 듯하면서 가슴 깊이 심금을 울리는 은은한 소리를 낸다.
동양종은 한국, 중국, 일본의 종이 대표적이며 그중 한국의 종이 모양이나 음색, 그리고 주조법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탁월하여‘조선종’이라는 학술명칭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다.
좋은 종 즉 우수한 종이란
첫째 : 종소리가 맑고 잡음이 없을 것, 둘째 : 종소리가 여운이 길 것, 셋째 : 여운에 뚜렷한 맥놀이가 있을 것 등의 세 가지 조건을 구비한 종을 말한다.
우리나라 종은 일본이나 중국 종에 없는 종 상단부의 고리부분의 대롱모양의 음관(音管) 또는 음통(音筒)과 지표의 울림통 또는 명동(鳴洞)이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몇 년 전 작고한 서울대 금속공학과 염 영하 교수는 모형실험을 통해 음관이 잡음을 뽑아내는 필터의 역할을, 또한 종의 아래에는 바닥을 둥글게 파둔 명동이라는 공간이 음을 울리는 공명동의 역할을 해서 은은한 여음을 내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종을 치는 자리인 撞座(당좌)는 종 고리부분에 최소의 힘이 작용하도록 절묘한 위치에 있어 이것이 종소리의 여운을 길게 하고 종의 수명을 늘어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 에밀레종인 신라 ‘성덕대왕 神鐘’을 첨단과학으로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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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배 명진 교수는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다른 종들에 비해 3배나 높은 고주파라는 사실을 밝혔다.
대부분의 종들은 기본주파수가 160Hz인데 성덕대왕신종은 477Hz이라는 것이다.
배교수는 “어린아이가 ‘에밀레 에밀레’라며 엄마를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지듯이 이 종은 애끓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477Hz의 고주파 소리대역이 마음을 잡아당기는 소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의 마음을 잡아 뜯는 듯한 애끓는 종소리를 들으면서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은 독특한 맥놀이 주기 때문이다.
맥놀이 주기란 음이 한 번 커졌다 줄어드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성덕대왕신종은 맥놀이 주기는 2.7초인데 이는 인간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주기와 같다는 것이다.
에밀레 종을 한번 타종하면 그 음의 진동이 10초 이상 유지되면서 진동이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타종을 함으로서 앞의 소리와 겹쳐 즉 맥놀이가 형성되어 오묘한 소리를 내게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 김 양한 교수도 “이런 맥놀이가 거듭됨으로써 소리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멀리서도 들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히면서 10여리 밖에서도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또한 “성덕대왕신종은 초기의 종치는 소리가 사라지고 여운이 긴 청아한 소리를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카이스터 기계공학과 김양한 교수도 신라시대 장인들은 울림통의 깊이를 조절해가면서 종소리를 더 멀리 가도록 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매달린 종의 아래 지표면에 파인 울림통의 깊이가 종소리를 오래 유지시키는 비결로 확인된 것이다. 종을 칠 때 종안에 들어있는 공기의 주파수도 진동하는데 울림통의 깊이를 조절하면 어느 순간 내, 외부의 주파수가 일치하면서 종소리가 더 멀리 간다는 것이다.
1975년 경주국립박물관을 개관하면서 에밀레종을 매달기 위해 포항제철에서 제작한 고리가 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어 원래의 것을 겨우 찾아 매단 적이 있다.
당시의 고리가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현재의 첨단기술로 만든 것 보다 더 굳건하고 오랜 세월동안 그 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길이 2.91m, 종 너비 2.2m, 무게 18.9톤의 거대한 종을 어떻게 주조했는가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요즘은 용해로, 전기로, 기중기 등의 거대한 장비들로 종을 만들지만 신라인들이 이런 도구 없이 이렇게 많은 양의 청동재료를 한꺼번에 녹이고 굳기 전에 틀에 부어 형상을 완성했을지 현재로서도 알 길이 없다.
참고적으로 에밀레종을 만들기 위해 정말 어린애를 집어넣었을까? 이런 의문은 많은 과학자들에게도 수수께끼였다.
199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서 극미량원소 분석기로 종의 성분을 철저히 분석했으나 성덕대왕신종에서는 사람의 뼈에서 나오는 성분인 인(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원측은 “사람의 비중이 구리보다 가벼우므로 전설처럼 아이를 넣었다면 위로 떠서 타기 때문에 이를 불순물로 생각해 제거했다면 인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또 다른 학자는 인은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제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에밀레 신종의 소리가 아기 봉덕이가 엄마를 애절하게 부르는 듯한 에밀레~ 에밀레~ 하는 소리만큼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에밀레 종은 음향학, 진동학을 응용한 설계와 최적화된 주조방식으로 만들어진 시대를 앞서가는 우리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