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방 2015. 3. 7. 17:24

열 대 야 2

 

에어컨이 없는 우리 집

열대야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언제나 방문을 꼭꼭 잠그던 과년한 딸아이도

방문을 활짝 젖히고 잠 못 이뤄 뒤척인다.

먼지가 귀찮다며

한사코 창문을 닫아대던 아내도

 창문을 다 열고서도 덥다는 말뿐이다.

한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켜던 어머니는

사람 잡을 더위라며 홀쭉한 젖가슴 풀어 헤친다.

앞집에서 내려 볼까봐 속옷만은 챙겨 입던 나도

훌러덩 벗어버리고 체면 없이 서성인다.

방마다 선풍기는

못난 주인을 원망하듯 힘겹게 돌고 있다.

후덥지근한 선풍기의 지쳐버린 바람 탓에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또다시 물을 덮어 쓰지만

수돗물도 열대야에 시원함을 빼앗겼다.

삼복 폭염에 찾아온 불청객은

기약 없는 한 줄기 소나기만 기다리는 나를 한껏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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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도 없는 못난 놈,”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