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생활글)

문화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 비즈니스 실패 사례

둥지방 2015. 12. 11. 22:27

문화의 차이 때문에 일어난 비즈니스 실패 사례

90년대 중반 한국의 모 대기업과 프랑스의 국민적 대기업간의 합작 사업이 거의 성사단계까지 진척되었다. 이미 구두로는 합의가 끝난 상태로 내일쯤 계약서에 사인할 일만 남겨 놓았다. 그때 프랑스 회장님이 부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별일은 아니고 그저 저녁 몇 시쯤에 들어오는 지를 묻는 전화였다. 해서 그 회장이 오늘 중요한 합작 사업건이 타결되어 한국측 손님들과 외식을 할 작정이라고 하자. 안주인이 반색을 하며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대접하겠노라고 제안했다.

안주인이 생각하길 한국이라면 아직도 미개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프랑스의 국민적 대기업과 합작할 정도라면 이는 대단한 일이다.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니 집으로 초대해서 축하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주인이 수소문해보니 한국인들은 스테이크를좋아한고 해서 소스와 메인 요리를 직접 만드는 등 디너를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난생처음으로 한국손님을 맞았다.

드디어 저녁식사 시간. 메인 요리 스테이크가 나오자 한국인 사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안주인에게 ‘A1'소스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함께한 전무도. 부장도 줄줄이 “저도요!”해댔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국인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프랑스 기업측 직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합작계약은 모두 없었던 걸로 하자. 이유는 묻지 말아 달라!”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도 유분수지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나!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 그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도무지 원인을 몰라 수소문해 보니 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은 'A1'소스였다. 설마 그만 일로 합작 건을 뒤집다니! 한국인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선진문명권에선 당연한 처사라 하겠다.

유럽의 하층민이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소스를 사다가 쓰지 중류층 이상이면 대개 소스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A1'소스 같은 것은 만일을 대비해 비상용으로 준비해 둘 뿐이다.

당연히 집에서 소스를 만드는 데 여간 공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고급 와인과 좋은 버섯, 치즈등의 양념으로 거의 두 시간 반 정도 적당한 불에서 정성들여 만든다.

한국의 임직원들은 그날 이 소스 하나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우선 소스에 대한 치하를 하였어야 했다. 먼저 여주인이 스테이크 위에 올려놓은 소스를 살짝 음미하고서 귀에 듣기 좋은 평가와 함께 조리 과정의 노고에 대해 리피트하며 치하하는 것이다. 그게 호스티스의 존엄성을 세워주는 환대에 대한 감사의 표현법이다. 자신이 만든 소스는 아예 맛도 안 보고 천박한 미국 양키즘의 대표격인 ‘A1'을 찾았으니 안주인을 완전 개 무시한 꼴이다. 게다가 이들은 스테이크가 나오기 전에 자신들이 유학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떠벌렸다. 그런 사람들이 소스에 대한 기본 예의도 못 갖췄다? 소스가 요리의 하이라이트임을 모르다니! 디너 후 두 부부는 대판 싸움을 벌였는데 안주인이 “저런 야만인들과 합작할 것 같으면 나하고 이혼부터 하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소스에 담긴 사회학적 의미를 모른 데서 일어난 대형 사고였다.

.......

한국의 S전자직원이 실리콘 벨리에서 중요 IT 원천기술 수집에 혈안이 되어 헤메고 다니다가 매우 중요한 특허를 가진 나이 지긋한 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노인은 자신이 가진 특허를 아시아 족 기업에 팔고 싶던 차에 서로의 뜻이 맞아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자며 자신의 집으로 이 직원을 초대하기까지 했다.

일요일의 느긋한 오후.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문을 연 예의 노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칼정장에 007가방을 든 동양계 장정 세명이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여기서부터 핀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노인은 한 명만 오는 줄로 알고있었고, 굳이 일요일 오후에 집으로 초대한 건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장에다 세 명씩이나!

아무튼 이왕에 온 것이니 손님들을 안으로 들였다. 그런데 그 집에는 두 노부부만 살고 있어서 거실에 의자가 두 개밖에 없었다. 하여 노마님께서 식당의 의자를 하나씩 거실로 끌고나와 자리를 만들었다. 좁은 거실에 불편하게 앉아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들자 마님이 남편을 주방으로 불러들였다.

주방에서 두 노인이 고성이 오가더니, 잠시 후 노인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와 이제까지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자며 손님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세 직원들은 졸지에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나고, 거래는 수포로 돌아갔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저 따위 야만인들에게 당신의 분신 같은 기술을 넘기려 하느냐!”며 호통을 친 것이다.

졸지에 세 명이 떼거리로 몰려온 것도 모자라 할머니가 식당에서 무거운 의자들을 낑낑거리며 거실로 끌고 나올 동안 한국의 대기업 엘리트 신사분들께서는 도와주기는커녕 내내 뻣뻣이 서 있었던 것이다.

신성대의 『품격 경영』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