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파트신문 연재

두들겨 맞고 받은 표창장 <2>

둥지방 2016. 4. 8. 13:20

문학

 

두들겨 맞고 받은 표창장 <2>

산문의 여유

양종균l

승인2016.04.06 18:00:33l973호

 

김 소위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사령관 이하 모든 장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대장격인 포반장들에게 공격명령을 하달하였다. 김 소위가 하달하는 공격명령은 FM에 나온 적정, 지형과 기상조건, 아군의 상황, 화력지원 등 일반적인 요식이 무시된 채 간단하였다.“공격 목표는 전방 3부능선의 적 방카, 저기 소나무를 기점으로 1분대는 좌측으로, 2분대는 우측으로 공격한다. 중앙은 3분대가 맡으며 4분대는 예비로서 3분대 뒤를 따르며 소대장이 지휘한다. 공격 개시는 3분 후 이곳에서 실시한다. 이상!”그리고는 3분 후 소대는 공격 개시를 하였다. 김 소위가 봐도 소대원들이 공격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의 모습이다. 대형유지는 고사하고 분대구분도 안될 정도로 엉키기도 하였다. 어쨌든 30여분만에 공격목표를 점령하였다. 목표 점령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복귀명령을 받았다. 흡사 패잔병 같은 모습으로 훈련장에 복귀하였더니 중대장과 대대장 및 작전장교만 남아 있었다.대대장은 김 소위를 보자마자 호통부터 쳤다.“김 소위 이새끼야! 명령하달도 제대로 할 줄 몰라? 그따위 밖에 못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휘봉으로 배를 지르고 어깨를 강타했다. 김 소위는 고통을 참으며 자세를 바로 잡고자 했으나 대대장은 투박한 군화발로 소위 촛대뼈나 허벅지를 번갈아가며 찼다. 뿐만 아니다. 주먹으로 가슴을 몇 대나 쥐어 박았다. 그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대대장은 옆에 있던 중대장에게도 지휘봉으로 어깨를 툭툭 내리치고 배를 찌르곤 했다.“야! 중대장, 소대장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이게 무슨 망신이야, 저 따위 새끼가 선임 소대장이라고,!”소대장, 중대장이 혼쭐나는 모습을 보는 소대원들은 사시나무 떨듯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대대연병장에 전 병력이 집결하였다. 사단장님의 훈시가 있다는 거다. 엊그제 일 때문에 사단장님이 특별 정신교육을 하시려나? 김 소위는 아직도 욱신거리는 온몸을 지탱하며 열중 쉬어자세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이윽고 사단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연대장이 단상에 나타났다.“사단장님에 대하여 받들어 총!”대대장의 구령에 따라 전 병사들이 ‘충성!’하면서 ‘받들어 총’ 자세를 취했다. 이어 사단장의 훈시가 있을 차례인데 뜬금없이 교육훈련 모범소대장 표창장 수여가 있다는 것이다.“김민철 소위 앞으로!”사단 인사참모의 호명이었다. 김 소위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좌우로 둘러보았으나 대대에서 김민철 소위는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엉거주춤하였다.“김민철 소위 어서 나와!”인사참모의 재촉에 김 소위는 엉겁결에 단상으로 올라갔다.『표창장. 29연대 8중대. 소위 김민철. 상기인은 초급지휘자로서의 풍부한 자질과 덕성으로 부하들을 지휘통솔과 교육훈련에 모범이 되어 이에 표창함. 1974년. 6월 25일. 사단장 소장 신정수』표창을 받긴 했지만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대대장이나 중대장 역시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였다.사단장은 6·25를 맞이하여 교육훈련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훈시를 끝냈다.중대로 복귀하니 통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사령부로부터 온 것이다. 사령관의 특별 지시사항으로 ‘초급 지휘관들이 상황에 맞게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토록 하여야 할 것임. 초급 지휘관들이 상황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대를 지휘하여 목표달성을 못하는 경우가 많음. 예를 든다면 5분후에 공격명령을 내려야 할 소대장들이 상급부대에서나 필요한 명령문을 작성하고자 시간을 허비하여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초급 지휘관의 명령은 어제 9사단의 소대장과 같이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명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임’김 소위는 중대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통신문을 읽고는 대대장으로부터 흠씬 맞았던 온몸이 욱신거리는 고통 때문에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끝>

양종균  kslee@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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