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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삿갓(金笠) 풍자시 - 해학, 일화(逸話)편. 피하기 어려운 꽃외 6수 모음

둥지방 2016. 6. 17. 12:59

 

김삿갓(金笠)-피하기 어려운 꽃외 6수 모음

    ◐ 1. <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 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 9. <기생과 함께 짓다>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 10. <젖 빠는 노래> 시아비는 그 위를 빨고 며느리는 그 아래를 빠네. 위와 아래가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둘을 빨고 며느리는 그 하나를 빠네. 하나와 둘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시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며느리는 그 신 곳을 빠네. 달고 신 것이 같지 않지만 그 맛은 한가지일세. <嚥乳章三章 연유장삼장> 父嚥其上 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 上下不同 其味卽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父嚥其二 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 一二不同 其味卽同 일이부동 기미즉동 父嚥其甘 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 甘酸不同 其味卽同 감산부동 기미즉동 어느 선비의 집에 갔는데 그가 "우리 집 며느리가 유종(乳腫)으로 젖을 앓기 때문에 젖을 좀 빨아주어야 하겠소."라고 했다. 김삿갓이 망할 놈의 양반이 예의도 잘 지킨다고 분개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 11. <옥구 김 진사> 옥구 김 진사가 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한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 沃溝金進士 與我二分錢 옥구김진사 여아이분전 一死都無事 平生恨有身 일사도무사 평생한유신 김삿갓이 옥구 김 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돈 두 푼을 주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 김 진사가 이 시를 보고 자기 집에다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 12. <창>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窓 창> 十字相連口字橫 間間棧道峽如巴 십자상연구자횡 간간잔도협여파 隣翁順熟低首入 稚子難開擧手爬 인옹순숙저수입 치자난개거수파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窓)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巴)와 긁을 파(爬)를 운으로 불렀다. ◐ 13. <양반>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兩班論 양반론> 彼兩班此兩班 班不知班何班 피양반차양반 반부지반하반 朝鮮三姓其中班 駕洛一邦在上班 조선삼성기중반 가락일방재상반 來千里此月客班 好八字今時富班 내천리차월객반 호팔자금시부반 觀其爾班厭眞班 客班可知主人班 관기이반염진반 객반가지주인반 김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름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 14.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暗夜訪紅蓮 암야방홍련> 探香狂蝶半夜行 百花深處摠無情 탐향광접반야행 백화심처총무정 欲採紅蓮南浦去 洞庭秋波小舟驚 욕채홍련남포거 동정추파소주경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를 말한다. 홍련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출처 : 돼지잡기좋은날
글쓴이 : 단세이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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