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준후와의 대화가 너무 재밌어 적어봅니다.
목감기가 심한 준후와 마트에 갔어요.
“할머니가 준후 아픈데 뭐하나 사주고 싶다. 공룡사줄까?”
“할머니는! 내가 아직 애긴 줄 아세요? 이제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어요.”
“어머 미안하다. 그래 어린이구나. 그럼 뭘 사줄까?”
“동물 하나 고를께요.”
“그러자.”
“할머니 동물이 별로 맘에 드는 게 없으니 이걸로 하죠.”
“너 터닝메카드가 있는데 이걸 또 산다고? 똑 같잖아!”
“아니요, 모양이 전혀 다르다고요”
녀석은 이미 메가테릭스라는 변신 로봇에 눈이 꽂혔다.
이왕 사는거 터닝카도 함께 구해서 집에 오니 녀석이 슬며시 걱정을 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아마 지 엄마한테 편 좀 들어달라는 듯 슬쩍 할미를 부추긴다.
“엄마한테 크게 혼날텐데~”
“엄마 많이 무섭구나. 어떡하지?”
“아니요 조금 무서워요. 야단치면 음~ 55 도 정도돼요.”
“뭐? 55도는 뭐야?”
“그냥 그렇다구요. 그런데 엄마가 화를 내면 56도 정도예요. 그러면 내가 우는데, 그건 엄마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우는 거예요. 그냥 소리지르면 그건 30도예요.”
“그럼 아빠는?”
“아빠는 대빵 무섭죠. 당연히 100도예요. 내가 엄청 많이 우는데 그건 진짜 무서워서 울어요. 말도 많이 하면서 혼내는데 내가 대답도 못하고 울기만 해요. 하지만 그냥 ‘하지 마!’ 할 땐 3도 예요.”
“누나는 10 도로 성내요.”
“그럼 할머니는?”
“할머니는 0도지요~”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도 0도지요, 한 번도 혼내키지 않았거든요. 아- 아빠도 0도하면 좋겠다.”
“그건 안 될걸?”
“왜요?”
“너 버릇없으면 안되니까~”
“할머니는? 아까 내가 어린이 되어 간다고 했던 말 잊었어요?”
“아 맞다. 준후 참 멋있다. 흐흐흐”
우리 둘의 대화는 끝나고 나는 녀석을 꼬옥 안아줬지요
‘애고 이쁜 쌔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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