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동화)

우물속에 빠진 호랑이(동화)

둥지방 2016. 7. 26. 09:15

우물에 빠진 호랑이

산골의 한적한 마을에 소동이 났다.

호랑이 한 마리가 마을 공동 우물에 빠진 것이다.

가끔 그랬듯이 호랑이가 먹잇감을 찾으러 왔다가 빠진 모양이다.

호랑이는 어흥 거리며 우물 벽을 기어오르고자 하나 미끄러지기만 할 뿐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우물아래를 내려다보며 제각기 한마디 한다.

“당장 물을 길러야 하는데 어쩌나?”

“두레박을 내린다면 녀석이 그걸 타고 올라오겠지?”

“죽기를 기다릴 수 밖에~”

“언제까지 기다린다 말인가? 지금 당장 죽여야지~”

“어떻게 죽이지?”

“내가 활을 쏘아 죽이겠습니다.”

그는 그 마을에서 활로서 사냥도 하는 사람인지라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가 활을 가지러 간 사이 젖먹이 아기를 업은 아낙이 우물 안을 내려 보고 있던 중 젖먹이 녀석이 까불거리는 바람에 아이가 그만 우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어미는 물론이고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눈 깜짝할 사이,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호랑이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놀랐음인지 아이가 자지러지듯 울고 아기 엄마는 발을 동동 그리며 애기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호랑이는 한 팔에 아기를 안고서 한 팔로 우물 벽을 활키면서 미끄러지길 반복하고 있다.

활을 가져온 사내는 걱정과 두려움의 눈길을 의식하며 호랑이를 향해 겨누었으나 이내 접고 말았다. 호랑이를 정확하게 맞출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모두들 어찌할 바 몰라 아우성만 치고 있을 때 촌장이 소리 질렀다.

“호랑이를 살려야 한다. 모두 짚단을 가져오라!”

우물속으로 한 단 한 단 짚단을 던지자 처음에는 호랑이가 짚단을 피하더니만 짚단이 한겹 한겹 쌓이면서 그 짚단위로 아기를 안은 채 순간 순간 몸을 실었다. 그동안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물론 아이의 울음도 멈췄다. 짚단이 쌓이고 쌓여 우물 입구가 사람 키만큼 남았을 무렵 호랑이는 크게 울더니만 아이를 둔 채 쏜살 같이 튀어나갔다.

....

호랑이가 아이를 살렸을까? 아이가 호랑이를 살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