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그네 구르면서.....
1.이 글을 시작하면서(프로로그,prolog)
......
우리 조상님 중에 『그네』 때문에 인연이 되어 백년회로 하였다.
『달성 땅 심어진 남게(나무),
늘어진 가지에 군디(그네)줄 매자.
임이 뛰면 내가 밀고 내가 뛰면 임이 민다.
임아 임아 줄잡지 마라, 줄 떨어지면 정 떨어진다.』
조상님께서 부르시던 노래가 그 지역에서는 아직도 남아있다.
.....
흔히들 그네를 탄다고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서양의 그림을 보면 여성의 다리가 아닌 엉덩이에 걸린 그네를 그것도 뒤에 또는 옆에서 밀어주거나 당겨주는 그네가 아니라, 우리의 그네는 타는 놀이기구가 아니라 운동을 하는 기구다. 다리의 힘을 길러주며 온몸을 탄력 있게 가꾸어주기 때문에 그네는 타는 것이 아니라 그네를 『뛴다』고 한다.
그네뛰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네뛰기가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것인지, 아니면 외국에서 전래된 것인지, 갓난아기의 요람이 발전하여 그네가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그네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놀이이며 남녀가 함께 즐긴 문화풍속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 사람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또한 두 사람이 함께 어울려 정담을 나누는 그네가 있던가. 우리나라의 그네에 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서부터 나타난다. 고려 현종(顯宗) 때 중국 사신 곽원(郭元)이 “고려에서는 단오에 추천놀이를 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중국사람이 보기에는 봄맞이 행사에 집단적으로 행사하는 그네뛰기가 그들에게는 특이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고종 3년(1216) 최 충헌(崔忠獻)은 5월 단오에 개성의 백정동궁(栢井洞宮)에다 그네를 매고 3일간에 걸쳐서 4품 이상의 문무관을 초청하여 연희를 베풀었다. 최 충헌의 아들 최 이(崔怡)는 고종 32년(1245) 5월에 비단과 채색비단 꽃으로 장식한 그네를 매었으며, 모두 성대히 옷차림을 하고 주악(奏樂)에 맞춰 각종 악기의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그네는 독자적인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잔치의 여러 행사로 되어 있었다. 고려 고종(高宗) 때 지어진 ‘한림별곡(翰林別曲:8장)’에서 그네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그네는 다산의 상징인 호두나무나 쥐엄나무로 만들어 붉은 줄로 매어져 있으며, 젊은 남녀가 즐기는 놀이로 암시되어 있다.
『~~~그네를 매어 당기 거라 말거라 내가 가는 데 님이 갈세라 하면서 옥을 깍은 듯 한 섬섬옥수의 두 손길에 손을 잡고 함께 노는 소리가~~~』
한편 이규보(李奎報)는 그네에 관한 시를 여러 편 남기면서 고려시대에 민간에서도 단오에 그네뛰기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밀 때는 항아가 달나라로 가고
내려 올 때는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다
위로 뛰는 모습 바라보니 땀이 나네,
깜짝할 사이 다시 돌아오는구나,』
이러한 전통은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15세기 후반에 한양 한복판인 종로 네거리 뒷골목에 화려하게 그네 터를 설치하고, 도성을 남북 두 패로 나누어 내기를 하였는데, 장안의 백성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성종 때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글에 그네가 높이 솟아올라 방울을 울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용인 양 나는 듯 그네를 잡더니
어느덧 반공중 쇠방울 소리 나네 (爭擡彩索如飛龍 金鈴發語半空)』
또한 허난설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웃 처녀들 짝 지워 그네를 뛴다
머리 닿고 수건 쓰고 거의 선녀로세
오색 줄로 바람타고 하늘 오를 때
패옥소리 날제 버들가지 안개이네
그네 뛰고 내려서 고운신발 가려신고
내려와선 말없이 돌계단에 멎어섰네
엷은 모시적삼 땀에 젖어 베이고
떨어진 비녀 누구에게 주어달랠까』
영, 정조시절 신 광수(申光洙)의 시에 아름다운 옷을 입은 여인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춘향가’의 최초 자료인 유 진한(柳振漢)의 ‘만화본 춘향가(晩華本春香歌)’에서 춘향은 그네뛰기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선녀에 비유하였다.
이외도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김매순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보면 그네뛰기 풍속을 열거하였다.
일제 강점기 시설 무라야마(村山智順)의 『조선의 향토오락(朝鮮の鄕土娛樂)』에 따르면, 그가 조사한 227개 지역 중에서 11개 지역을 제외한 216개 지역에서 그네뛰기가 행해지고 있다고 했으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5월 단오에 젊은 여인들이 그네뛰기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단오뿐만 아니라 사월 초파일부터 단오까지 그네뛰기를 하는 지역이 많고, 젊은 여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남자들도 그네뛰기를 하는 지역도 많다고 했다.
『삼나무 그네 메어 님과 둘이 어울려 뛰니
사랑이 절로 올라가 가지마다 맺혀서라
저 임아 그러지 말라 떨어질까 하노라』
그네뛰기는 이러한 젊음의 축제에 잘 어울리는 놀이이다. 특히 일상에 갇혀 있던 젊은 여성들은 5월 단오를 맞아 그네를 타고 하늘로 솟으며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
2. 반보기 행사로
며칠 후면 4월 초파일이다. 이제 봄은 짙어지며 초여름으로 가고 있다. 아직 농번기가 아니라지만 밭갈이 하는 농부들의 모습에는 땀방울이 맺힐 지경이었다.
곧 목적지이다. 결혼 후 2년 만에 보는 딸아이를 보게 되는 날이다. 지난겨울에 손자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가보지 못하였는데 시가에서 반보기행사로 이 자리 자리를 마련하였다. 강변을 따라 펼 처진 들판과 한쪽에는 나무숲이 우거진 여유로운 곳이다.
새벽같이 일행들과 함께 바삐 움직여 이곳까지 오는데 몇 시간이 흘렀다. 소달구지에 음식을 싫고 마부까지 포함하여 4명이 분주히 움직이다보니 예정시간인 사시(巳時)가되었다. 정자에는 딸아이와 사위 그리고 6개월 된 손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화사한 치마저고리에 색동옷을 입은 손자를 안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은 정녕 즐거운 표정이었다.
딸아이 내외간의 인사를 받은 후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정담과 지나 간 옛 예기를 나누었다.
“아버님, 저 아이의 장가보낼 때 되지 않으셨어요? 이제 호패도 차더니만 의관을 갖추었더니 어른이 다 되었네,”
“그렇지, 장가보내야겠는데, 좋은 자리가 있을까?”
“에이, 누님, 저는 아직 공부를 더해야 되요. 곧 과거도 있는데..”
“과거는 과거고, 때가 되면 장가를 가야지. 제가 좋은 신부 감이 있는데...”
“그러냐? 뭐하는 집안인데?”
“저 시가의 먼 외척인데 아주 마땅한 아가씨에요, 저 녀석과 짝 지워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구나, 언제 한 번 봐와 겠구나?”
“이번 단오 날에 현풍에서 단오행사가 있습니다. 그 때 오시면 뵐 수가 있을 겝니다.”
“단오절에? 오 그렇구나. 그날 단오 행사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 아가씨가 그네도 뛰는 모양이지.”
“예, 맞습니다. 그날 오시면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로고보니 아버님도 그네를 많이 뛰어 보셨지요. 제가 어릴 때 아버님과 함께 쌍그네를 타던 때가 좋았어요. 그날 너도 오면 좋겠다.”
“에이, 저는 그냥 있을래요. 저보다 아버님의 자리가 더 나을 것 같아요.”
“애고, 그렇구나, 아버님도 알아봐야겠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도 5년이 되었네요....”
“이 녀석들아 내 걱정을 하지 말고, 저놈을 장가보내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
3. 그네를 타고 내려온 꽃 신발
딸아이를 시집보내고, 객꾼들은 보내고 혼자서 여행 삼아 봄을 즐기며 냇가에 앉아 발을 씻고 있었다. 문득 저 멀리서 웬 아가씨가 그네를 뛰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에 걸려 그네가 잘 보이지는 않으나 두 명의 아가씨가 그네를 뛰고 있었다. 아가씨는 그네를 제법 잘 타는 바람결에 치마폭을 감사며 하늘높이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모습이 딸아이가 그네를 뛰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도 단오행사가 있는 모양인가?
자신도 소싯적에는 그네를 제법 잘 굴렀다고 할 수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여자들이 많이 하는 행사지만 그네뛰기 행사에는 남자들도 많이 참여하였다. 누가 높이 나는야 에 따라 등수가 갈라졌다. 경기가 끝날 때 즘이거나, 아니면 여흥으로 쌍그네를 타기도 한다.
얼마쯤이 되었을까, 아가씨의 잔잔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저 앞에서 신발 한 짝이 나딩굴러 냇가로 흘러들었다. 아가씨는 허겁지급 몸을 추스르더니 신발을 찾아 헤매었다. 신발은 냇가를 따라 움직이다가 어느 곳에서 잠겨버렸다. 신발이 떨어지는 것을 뒤 늦게야 발견하고서 엉거주춤하고서 얼른 신발을 찾아 나섰다. 두 아가씨가 냇가로 내려와 맨발로 신을 찾고 있다가 그를 보게 되었다.
“허~ 낭자께서는 이 신발을 찾고 계시는 겁니까?” 그가 물에 빠진 신발을 주어 낭자에게 말하였다.
“에구머니, 감사합니....”
“그네를 뛰다보면 신발이 잘 떨어지지요, 이번 단오 날에 행사를 하는 모양이지요,“
“아직 연습중인데,,,”
며칠 전 오리버니가 사다준 신발이었다. 넷 오라비 끝에 막내딸로 자라면서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들을 대신하여 키워주던 오라버니들이었다. 오라버니들로부터 곱게 자라 이제는 부모와 같은 큰 오라버니와 함께 살고 있다. 큰 오라버니는 15년이나 나이 차가 많아 아버님처럼 모시던 분이었는데, 얼마 전 곧 시집갈 나이가 됐다면서 예뿐 꽃신을 사다주셨다. 어머니나 아버님께서 신발을 사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비록 오라버니가 사다주신 신발이었지만 항상 아버님이나 어머니가 사 준신 신발이라 생각했었다.
꽃신을 신고서 단오 날에 그네를 멋지게 타보겠다고 했던 것이다.
“열심히 하세요, 이번에 시집간 우리 딸아이도 그네를 잘 뛰었지요.”
“어머나, 이번에 시집온 곽 씨 집안의...”
“허허...열심히 하세요,”
......
4. 쌍그네를 뛰면서...
오늘이 단오 날이다. 한 달 전 딸아이가 약속한 데로 단오행사를 참가키로 했다.
관아 정자에는 현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워 앉았다. 사돈댁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서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뜰에는 그네 두 쌍이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정자는 물론이고 뜰 주변으로 술이며 떡이며 온갖 안주들이 널 퍼지게 차리고서 많은 사람들이 주점벌이와 함께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네는 평지에 두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윗부분에 가로지른 나무에 매기도 한다. 일명 ‘땅그네’라고 한다. 그넷줄은 볏짚으로 만든 새끼줄을 매어두었다. 화려하게 꾸미고자 색 헝겊으로 그네 틀을 장식했다. 그넷줄 아랫부분에 두 발을 올려놓는 밑싣개는 두품 한 새끼줄로 단단히 매어있다. 그리고 그넷줄을 손으로 잡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무명으로 만든 안전 줄을 달아 놓는다. 두 손목과 그넷줄을 매어 놓는 것이다.
그네 앞쪽에 방울 줄을 높이 달아놓고 밑에서 조종하여 방울 줄을 점점 높여감으로써 최고 높이를 측정케 하는 방법이다.
벌써 두 차례의 경기가 있었다. 딸아이도 두 차례의 경기를 끝내었으나 세 번째의 경기는 출전하지 못했다. 애기를 놓고서 연습을 제때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결혼하는 그 해에 최고의 상을 받았으나 지난해는 애기 때문에 경기를 하지 못했다.
“아버님, 그 녀석이 왔으면 좋을 텐데...”
“그 녀석은 친구들과 함께 활쏘기 대회가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네가 말하던 아가씨는 누구인가?”
“ 아마 그 아가씨는 이번에도 최고상을 받을 만하지요. 그만한 재주가 없어요. 최고상을 받으면 그 녀석과 쌍그네를 태우고 싶었는데. ”
“오~라, 여기도 쌍그네를 태우는 모양이구나.”
“아,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제가 쌍그네를 탔어요. 애기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대도 제가 좋다면서 억지로 태웠답니다. 아마 작년에 최고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고 말을 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먼, 그 아가씨가 어떻던?”
“몇 번 만나 뵈었는데 정말 좋아요. 아버님도 만나보면 좋아 하 실겁니다.”
이때 웬 아가씨가 그들 곁으로 닥아 왔다.
“여기들 계셨군요, 오늘 재호 어머님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시던데...”
“호~ 아무래도 몸이 잘 듣지 못하더군요, 아가씨 인사하세요, 우리 친정아버님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디선가 본 느낌이 들었으나 얼핏 떠오르지 않았다.
“아가씨, 오늘 우수상을 받게 되면 누구와 쌍그네를 태울 건가요?”
“태울 사람이 있어요, 내가 꼭 점지한 분이 있는데,,,.”
“그래요? 그 분이 누구인가? 혹시 신랑 되실 분이신가.″
그녀는 별다른 말없이 웃음만 짓고는 그네 쪽으로 달려갔다.
연분홍 갑사치마를 푸른 하늘에 휘날리고 허리를 굽혀다 펴며, 새카만 댕기머리는 하늘에 치솟다 얼굴에 달라붙기도 했다.
어~영차, 영~차 몇 번인가 뜀박질 하더니만 아무도 잡지 못하던 그 방울을 울리고 말았다.
‘챙그랑, 챙그랑~~’
몇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의 상을 받게 되었다.
모두들 환호하는 가운데 이제 쌍그네를 탈 사람이 누구인가를 기다렸다.
마침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쌍그네를 탈 사람을 찾았다. 작은 함을 손에 쥐고서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 함에는 꽃신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들고서 그 앞에 나섰다.
“혹시 이 신발을 기억나는지요?”
‘그렇구나, 그녀일 줄이야.... 이년 전에 보았던 냇가의 그녀가...’
“아버님 이 신발이 뭣인가요?”
“글쎄다,.., ”
“어르신을 만나 뵙기를 2년을 기다렸습니다. 이 꽃신을 신고서 어르신과 함께 쌍그네를 타고 싶었습니다.”
....
쌍그네는 동성끼리 많이 타지만 이성이 타게 되면 부부간의 짝을 맺는 법이라 모두들 어리둥절하였으나 그녀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저는 제가 간직한 이 신발처럼 서방님으로 영원히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어르신과 함께 이 신발을 신고서 뛰어볼까 합니다.”
‘
.....
쌍그네는 두 명이 함께 동작을 할 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점이 어렵다. 발은 한발씩 엇바꾸어 놓이게 한다. 처음에는 4~5회 자연스럽게 구른 다음 점차 힘을 준다. 두 명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뛰고, 한 사람은 뒤로 뛰게 되어 있으므로, 두 사람 다 서로 앞으로 나갈 때에는 팔을 완전히 펴면서 엉덩이를 발판 아래까지 닿게 하여 내밀어야 한다. 이때 상대편은 자세를 낮추면서 몸을 뒤로 힘껏 당겨주어야 호흡이 잘 맞는다.
‘어르신, 쌍그네 구르는 솜씨는 여전하십니다.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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