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석류처럼
당신은 가을과 함께
석류처럼
빨간 설레임을 갖고 왔다.
뭇 여름 그 정열
껍질속에 가두며
가을을 기다렸듯이
아린 세월 남 몰래 품고서
곰 삭여 채운 가슴 안고 왔다.
칼날처럼
새 파란 하늘이 그리워
몸부림 용솟음치며
참지 못해 진주 알 토하듯
살풋이 열린 빨간 입술사이로
세월의 고독을 씹어 뱉더니
다가오는 겨울이 두려웠나보다 .
가을을 보내는 석류처럼
딱딱한 껍질을 둘러쓰고
당신은 멀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