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독서의 재미
입추, 처서가 지났으니 가을이 옴은 분명하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한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 했으니 유독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함은 모순이라 할 수 있으나 그래도 역시 책 읽기 좋은 때는 가을이라 하겠다.
옛 선인들은 훤한 달빛 아래서 귀뚜리 울음을 벗삼아 책을 읽었다 하니 그 모습이 얼마나 서정적인가?
요즘에사 그런 서정적인 멋이야 찾을 수 없지만 책 읽는 즐거움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다.
그 즐거움 때문에 어느 위인께서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서 가시가 돋친다고 했으니 가히 그 분께서는 독서의 達人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겠다.
나같은 사람이야 그러한 경지를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지만 더위 핑계로 책을 멀리했던 게으름을 이제부터나마 털어보고자 한다. 또 하나의 핑계일지 모르지만 하루 몇 시간씩은 아닐지라도 단 몇 분만이라도 가까이 하고 싶다.
사실 나는 '5분 독서'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그것도 잠자기 전 5분, 그리고 좀 지저분한 것 같지만 화장실에서 5분이다.
전자의 5분은 잠을 자기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조금은 재미없는 책을 주로 본다. 그렇기에 어떤 날은 5분은커녕 한 쪽을 못 보고 잠들 때가 있다.
화장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나는 생리구조가 별나서인지 보통 아침, 저녁 하루 두 번씩 화장실을 이용한다. 아침에는 신문과 함께 저녁에는 책과 함께이다. 아침은 신문 읽는 시간(적어도 30분)을 아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지만 저녁의 경우는 독서시간과 독서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도 처음에는 아이들 만화나 주간지 등으로 생리 중의 무료한 시간을 떼우는 방편이었으나 언제부터였는지 나만의 독특한(?) 독서방법으로 정착되었다. 짧게는 5분, 길면 몇 십분도 될 수 있는 이 시간을 통해 읽은 책이 몇 권은 될 것 같다.
가을의 달빛아래 귀뚜리 울음과 함께 하는 서정적인 멋은 없다할지라도 화장실 안에서의 5분 독서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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