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생활글)

헬스장과 작심3일

둥지방 2017. 9. 17. 00:15

헬스장과 작심3

 

1.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로부터 '살이 빠진 것 같다' 거나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곧잘 듣곤 한다. 헬스장에 다닌 덕분이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건강해 보인다' 는 말에는 특별나게 아픈 곳이 없다보니 맞는 말인 것 같은 데 '살이 빠진 것 같다' 라는 말에는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다.

헬스장 10개월 동안 체중도 별로 줄지 않았고 허리둘레도 그대로 인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살이 빠졌다니 과거의 내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할 만하다.

.....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항상 '작심삼일'로 끝나곤 하였다.

조깅한다고 신천변이나 수성 못을 드나들면서도 시간이 없어, 더워서, 비가 와서, 추워서, 심지어 오지 않는 비를 올 것이라 예견하는 등의 뛰지 않을 핑계거리만 찾았으니 제대로 운동이 될 리가 없었다.

사실 좋아서 하는 특정 운동이 아니고 '건강'이라는 강박관념에서 하는 운동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인지라 나는 번번이 그 싸움에서 졌던 셈이다.

.......

10개월 전 우연히 헬스장 광고를 보고서 또다시 큰 결심을 하였다. 이번만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리라! 돈이 아까워서라도...

 

2.

거금을 들여 등록하면서, 3개월쯤 지나면 이 몸도 아놀드 스와즈네그는 못되더라도 계란만한 알통정도는 나올 테지, 임신 7,8개월의 배는 임금자가 새겨진 식스 팩은 되지 않더라도 삼겹살은 없어 질 테지, 역삼각형의 잘록한 허리는 아닐지라도 드럼통은 면하겠지 하는 야무진 꿈을 가졌었다.

처음 며칠 간 욕심이 앞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보니 온몸이 뻐근 뻐근하여 행동이 어둔했다.

재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힘들었다. 이러다 보니 10일도 못되어 괜스레 3개월 치 등록했다 싶은 후회가 들기 시작하면서 운동 못할 (실은 안 할)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모임 때문에, 피곤해서, 비가 와서, 추워서, 등등의 이유로 일주일에 2,3회 쉬는 것은 다 반사였다. 심지어 일주일 몽땅 빼먹는 때도 있었다.

이러는 나를 보고 아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돈이 아깝다니, 당신 하는 일이 항상 그렇다느니, 등등의 핀잔으로 자존심을 긁어대었다.

하지만 나이 탓인지 아니면 너무 자주 들은 탓인지 오기조차 발동되지 않는 것이다.

그저 3개월만 되기를 기다리면서 아내에게 떠밀리듯이 건성 적으로 다녔다. 이런 저런 와중에서 반 본전 했을까?

  3개월이 다 되고 또다시 등록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갈등과 고민(실은 안 하는 쪽이 우세였다)하던 차에 , 딸아이가 회비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생일선물로 말이다. 녀석은 애비가 회비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아버지의 건강하셔야 되요, 열심히 하셔요.` 녀석 눈치 없기는!

녀석 때문에 또다시 3개월 동안 고생하게 생겼다

 

3.

아내의 핀잔과, 딸아이의 격려속에 그래도 6개월이 지나고 부터는 조금씩 재미가 붙고 습관화되어 이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퇴근 후에는 아예 약속을 잡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나는 체질인지 병인지는 몰라도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린다.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 남들 보기에 무안할 정도이다. 이런 체질덕분에 헬스장에서는 내가 아주 열심히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회원들이나 관장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하곤 한다.

무리라니?!...

내가 하는 운동이래야 40분간의 워킹머신(내게는 달리지 않고 걷기 때문에 런닝 머신이 아니다.) 30분간 웨이트가 전부이다. 그것도 숨이 차도록 또는 근육이 아플 정도로 강도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힘들다 싶으면 그만 둔다.

이러니 알통이 나올 리 없고 뱃살이 줄 리 없는 것이다. 그저 현상 유지에 급급하는 것이다. 물론 '현상유지' 그 자체가 운동의 결과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만족해야할 판이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내 몰골이 가히 짐작이 된다.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면서 검진되는 각종 건강지수는 전에 비해 월등 좋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이쯤 되고 보니 울퉁불퉁한 알통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하는 것임을 체득하였다.

작심삼일을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하다보면 1주일, 한 달이 가는 것이고 이것이 모여 1년도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되었다.

.....

 흠뻑 땀 흘린 후 샤워할 때의 그 상쾌함, 군침을 흘리게 하는 삼겹살, 회를 돌게 하는 막창 구이 집을 애써 외면하면서, 벌컥 벌컥 들이킬 생맥주의 유혹을 힘겹게 뿌리치고는 집에 와서 우유 한잔으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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