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생활글)

열대야 단상

둥지방 2018. 8. 13. 23:15

폭염 폭염 폭염.... 언제 끝날려나? 사무실에서 한 발짝만 나가도 숨이 콱 막힌다.

모든 걸 팽게치고 사무실로 뛰어든다.  사무실이 가장 좋은 피서지인데 어디로 피서갈꺼나?

 퇴근하고 집에오니 폭염이 내질러 놓은 열대야가 밤새도록  밀어닥치니 에어컨만 죽어난다.

에어컨아 수고했다. 고맙다!  

큰일났네,

주말이라 꼼짝없이 집안에서 에어컨 끼고 뒹굴자니 폭탄 전기요금  어찌 감당할까?

계곡도 좋고 바다도 좋다지만 이놈의 폭염을 안고 갈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휴가니 피서니 다 귀찮다. 어서 날이 새어 사무실로 가고싶다.

 수년전 열대야가  생각난다. 

 

열대야는~1

「낮에는 삼복더위 밤에는 열대야

천지 사방이 찜통이다.

방안의 온도계는 30도를 오르내리고,

내 마음은 40도로 치닫는다.

선풍기도 더운지 제 구실은 커녕 훈풍이다.

에어컨 바람이 싫다는 궁색한 핑계는 접어두고

에어컨 장만하겠다고 별러 보지만

서른 대의 선풍기가 날려버릴 돈이 무서워...

그 때문에 더 한층 열 받는 가슴을 식혀보고자

강변으로 나갔다.

강바람 시원하지만 여기도 만원이다.

남녀노소 체면 없이

돗자리 펴고서 늘어 저 있다.

저들도 열대야에 쫓겨 나온 것일까?

나처럼 에어컨이 없어 말이다.

열대야는 에어컨이 없는 집에 찾아 든다

...........

이듬해도  에어컨을 장만하지 못했기에 온 가족이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려야만 했다....


열대야는~2


「에어컨이 없는 우리 집

열대야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언제나 방문을 꼭꼭 닫던

과년한 딸아이도 방문을 활짝 젖히고

잠못이뤄 뒤척인다.


먼지가 귀찮다며 한사코 창문을

닫아대던 아내도

창문을 다 열고서도 덥다는 말뿐이다.


한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켜던 어머니는

사람잡을 더위라며

훌쭉한 젖가슴 풀어 헤친다.


앞집에서 내려 볼까봐

속옷만은 챙겨입던 나도

훌러덩 벗어버리고 체면없이 서성인다.


방마다 선풍기는 못난 주인을 원망하듯

힘겹게 돌고있다.


후덥지근한 선풍기의 지쳐버린 바람 탓에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또다시 물을 덮어 쓰지만

수도물도 열대야에 맥없이 미지근하다.


삼복폭염에 찾아온 불청객은

기약없는 한 줄기 소나기만 기다리는

나를 한껏 비웃는다.

............

'에어컨도 없는 못난 놈'이라고.」


이렇게 궁상을 떨며 몸부림치다가 몇년전에 에어컨을 장만했지만

그동안 신주모시듯 하다가 올해는 종부리듯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