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생활글)

관리소장의 변

둥지방 2015. 5. 9. 23:07

관리소장의 辯(변)

 

오늘따라 유난히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깍까거리는 까치들의 소리가 정겨움을 느끼게한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네...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단지를 돌아본후 책상앞에 앉았다.

오늘 할 일을 대강 점검하고나니 그래도 10여분간의 시간이 남는지라 어제 못본 석간신문을 건성적으로 넘겼다. 한장 한장 넘기다 눈에 번쩍 뛰는 기사가 있었다. 내가 하는 업무와 관련된 기사인 것이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조금전 까지 그 어떤 기대감에 젖어있었던 나의 기분은 일시에 저 깊고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실망, 불괘감, 당혹감과 두려움, 심지어는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아니다 다를 까 어느 주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소장님, 신문 보셨지예, 우리 아파트는 문제가 없겠지예?”

그저 예예 하는 것으로 대답을 하였지만 나 역시 그 기사의 소장들과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로 부터 하루내내 무거운 마음을 가진채 근무에 임하였으며 몇몇 주민들로부터 확인성 전화를 받아야만 했고 그때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해야만 했다.

기사내용중에는 기자가 법규를 잘못 알고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감독기구이며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를 관리사무소와 같은 개념으로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였을 뿐만아니라 사실이 과장되었거나 왜곡된 것이 많아 이참에 나의 변명을 좀 해보자. 아니 나 개인의 변명이 아닌 관리소장이라는 직업인으로써의 해명을 해볼까한다.

 전 주택의 관반수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즉 아파트의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유지 관리를 하므로써 국가적인 자원의 낭비와 손실을 막자는 취지에서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문가에게 주택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주택관리사제도이다. 따라서 주택관리사들은 아파트를 관리할 수있는 책임과 권한을 국가로부터 부여받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임이라함은 아파트의 효율적인 유지관리와 쾌적한 주거환경조성일 것이며 권한이라함은 책임을 지는 과정에서 위임받은 업무수행 또는 집행상의 권리일 것이다.

보통 책임과 권한은 서로 비례하기마련이나 주택관리사 즉 관리소장들은 권한보다 책임이 몇배 많은 직책인 것같다. 시설및 인원의 안전관리책임, 시설과 장비의 유지 보수관리책임, 직원관리책임, 회계책임 등과 같이 耳縣鈴鼻縣鈴식의 애매모호한 책임은 막중하나 그에 상응한 권한보다는 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눈치보기에 급급할 정도라면 지나친 말일런지.....

그러나 이러한 조건에서도 대부분의 관리소장들은 전문가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있다. 물론 관리소장도 사람인지라 극 소수 일부가 책임감을 망각한 언행을 일삼는 소장도 있을 수있다. 하지만 본인의 寡聞한 탓일런지 몰라도 신문 기사에 언급될 만큼의 문제를 야기시키는 소장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관리사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법적으로 제제를 받게되면 자격증이 박탈되어 당장 취업을 할 수 없기때문이다.

 항간에 떠도는 관리소장 또는 관리사무소에 대한 말썽의 대부분은 무자격 소장이 관리하는 단지임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무자격자 소장이라해서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게중에는 잘하는 사람도있을 것이나 그들역시 무자격이라는 약점때문에 소신껏 업무를 수행하지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대표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없으며 심지어는 각종 의혹에 휘말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관련 소장들이 모든 책임을 떠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잘못된 과정을 사전에 막지못한 책임도 있겠지만... 요즘 소위 I.M.F.라는 상황때문에 관리소장들도 무척이나 마음고생을 하고있다.

단순히 자리나 돈때문만이 아니라 하자투성이고 구조적으로 비경제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아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진데 무조건 아껴야만 하는 오늘의 여건에 맞게 관리하자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거기에 맞물려 혹시 한푼이라도 잘못 쓰여질까하여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조목조목 따지면서 의심과 감시의 눈빛을 보내고있으니 이 시점의 관리소장은 더없이 어깨가 쳐지고있다.

 이런 차제에 그 같은 기사가 났으니 雪上加霜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택관리의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우리에게는 부끄러운 일인지라 반성과 자성의 기회로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주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보다효율적인 관리로 오늘의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조그마한 바램이 있다면, 주민들께서도 우리 관리소장들을 믿어주시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질책은 하시되 아파트살림을 함께 꾸려가는 동반자로 여겨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끝

1998년 4월 4일 태전 한일 아파트 관리소장 양 종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