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이 필요한 이유
10여년 전엔 미국에 연수관계로 몇 달간 머문 적이 있었다.
내가 머문 곳은 우리의 면단위정도의 마을이었다. 하루는 미국인 친구가 야구경기를 보러가자 해서 함께 간 곳은 그 마을의 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이웃마을의 초등학교와 그 곳의 초등학교 간 봄가을 정기적으로 경기를 가진다는 것이다. 지난 봄엔 졌지만 이번에는 이길 것이라는 등 제법 진지하게 얘기했다. 넓은 운동장에 비해 관중들은 수백명 정도로 적은 편이었으나 치어걸까지 동원된 응원단도 있었다. 뿐만아니라 사진기를 든 기자도 보였다.
나는 꼬맹이들의 친선경기에 별나게 호들갑 뜬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들은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
이삼일 후 친구가 신문을 가져와서는 자랑을 늘어 놓았다. 자신의 마을학교가 이겼다는 것은 물론이요, 마을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가 실렸다고 하면서 어깨를 연방 으쓱거렸다. 그 신문은 일반 신문이 아니라 소위 지역신문이었다.
중앙지 등 일반신문에만 길들여져있던 나인지라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면서 그가 그렇게 흥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야 즉 옻골신문을 접하면서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중석타운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궁금한 것이 인접 아파트에 대한 소식이었다. 그곳의 운영위원회, 부녀회, 관리소장 등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그러던 차 옻골신문에서 가끔 아파트에 관한 사항이 소개되어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의 지역민들 역시 중앙이나 지방의 정치, 경제, 사회의 소식만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 지역의 소식도 알고 싶어한다. 이 곳의 부동산 경기는? 어느 곳에 가면 값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까? 가까운 곳에서 부업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어느 도로가 언제 개통될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길은 안전할까? 등등 지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역신문의 역할인 것이다.
일반신문처럼 전문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은 아니라도 좋다. 그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우리들의 생활주변 이야기이면 된다. 휴간되었던 옻골신문이 다시 발행된다니 반갑기 그지없다.〈끝〉
1997. 12.5 옻골신문 재 발행 기념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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