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의 역사 기행
- 8부 먼 옛날에 ‘환’이란 나라가 있었다
昔有桓國, 吾桓建國最古
지구의 밤은 아름다웠다. 조각달은 졸다 못해 잠이 들었고 그동안 비몽사몽에 젖어 있던 별들은 이때다 싶어 더욱 반짝인다. 미리내라 하던가? 아득히 멀리 있는 별들은 무리를 지어 강물처럼 반짝인다.
지상에서도 점점이 빛이 새어났다. 저기가 낙랑공주가 있는 궁성일라나? 지금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가 백년가약을 맺고 있음이겠지.
“형님, 정말 아름답습니다. 금가루를 뿌린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네요. 앞으로 우리가 머물 곳도 이처럼 아름다운 밤이 있겠지요?”
“이보시게, 동생, 나는 그곳에서 밤을 보지 못했네. 그곳에는 낮과 밤이 따로 없는 것 같은데…….”
“이처럼 좋은 광경을 볼 수 없다는 겁니까?”
강 씨가 투덜거렸다.
“형씨, 이제 우리는 인간이 아니잖소?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라도 마음껏 즐깁시다. 형님 어디로 가실 건가요?”
“글쎄, 어디로 갈까? 신라, 고구려, 백제? 아우는?”
“저는 발해로 가고 싶습니다만, 발해가 우리 역사에서 많이 소외됐는데.”
“발해요? 발해는 우리 중국의 지방 역사인데요?”
“이봐요, 강 형! 중국 역사라니! 당신들 중국에서조차 해동성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대한 황제국이었는데 중국의 지방 역사라니!”
“황제국이었다고요? 당나라가 왕으로 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아- 그만들 하시게, 가보면 알겠지, 발해도 가봐야 되고, 신라, 백제, 고구려 삼국에도 가봐야 되고, 강 씨는 어때요?”
“글쎄요, 저는 우리 중국의 시조(始祖)국에 가보고 싶습니다만, 배달국 이전 환국이 있었다 했는데 거기에 가보면 우리 중국의 시조국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만…….”
“그 좋은 생각입니다. 우리 강 형도 제법이요. 환국을 기억하시다니! 형님 환국으로 가보시죠? ‘오환건국 최고’라 했으니…….”
“나 역시 그 생각을 했네만, 너무 생소하고 막연해서 말일세, 삼성기라 했던가? 집현전 서고에서 봤던 그 책을 다시 보고서 생각해 보세.”
새벽녘이라 서고에는 아무도 없었다. 책들은 누운 자리에서 자신들을 일으켜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봤던 그 자리에 삼성기 두 권이 겹쳐진 채로 가지런히 누워 있다. 그때는 미처 몰랐으나 사실 책이라기에 너무 얇다. 상편은 3쪽, 하편은 5쪽이다.
그러나 몇 쪽 안 되는 내용이지만 거기에는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이다.
“강 형이 읽어 주시지요?”
『吾桓建國最古有一神在斯白力之天爲獨化之神光明照宇宙權化生萬物長生久視恒得決樂乘遊至氣妙契自然無形而見無爲而作無言而行日降童女童男八百於黑水白山之地於是桓因亦以監群居于天界掊石發火始敎熱食謂之桓國是謂天帝桓因氏亦稱安巴堅也傳七世年代不可考也』
“우리 환족이 세운 나라가 가장 오래이다.
하느님(상제)은 대 광명 하늘에 계시며 홀로 우주조화를 부리는 신이시다. 광명으로 온 우주를 비추고 대 권능의 조화로 만물을 낳으며 영원토록 사시며 항상 즐거움을 누리신다. 지극한 조화기운을 타고 노니시고 오묘한 대자연의 도를 이루시고, 형상 없이 나타나시고 행함도 말함도 없이 만물을 지으셨다.
어느 날, 동남동녀 800명을 흑룡강(黑水)과 백두산(白山)의 땅에 내려 보내시니, 이때 환인께서는 만백성의 우두머리가 되어 천계(天界)에 계시면서 돌을 부딪쳐 불을 일으켜서 날 음식을 익혀 먹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치셨다.
나라를 ‘광명의 나라’(桓國)라 하고 환국을 다스리는 분을 천제환인(天帝桓因) 또는 안파견(安巴堅)이라고도 했다.
환인은 일곱 대를 전했는데 그 연대는 알 수가 없다……
다음은 환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천계가 어디지? 안파견은 또 뭐지?”
동생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 역시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안파견이란 최고 우두머리, 성스런 아버지라는 뜻일 겁니다. 요나라에서는 황제를 안파견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러나 천계가 어딘지는 알 수 없으니. 그리고 일곱 대를 전했다고 하는데, 환웅천황부터 역으로 추적해야 하는가?”
“아무튼 下권도 봅시다. 강 형, 하권도 읽어 보시죠?”
『人類之祖曰那般初與阿曼相遇之處曰阿耳斯它夢得天神之敎而自成婚禮則九桓之族皆其後也』
“인류의 조상을 나반(那般)이라 한다. 처음 아만(阿曼)과 서로 만난 곳은 아이사비(阿耳斯它)라고 하는데, 꿈에 천신의 가르침을 받아서 스스로 혼례를 이루었으니, 구한(九桓)의 무리는 모두 그의 후손이다.”
“나반과 아만? 동양 판 아담과 이브인가?”
“우리 중국에서는 인류의 시조가 반고(盤古)라고 합니다만…….”
“반고? 들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아이사비는 어딜까? 암튼 계속 읽어 봐요.”
『昔有桓國衆富且庶焉初桓仁居于天山得道長生擧身無病代天宣化使人無兵人皆作力自無飢寒傳赫胥桓仁古是利桓仁朱于襄桓仁釋提任桓仁邱乙利桓仁至智爲利桓仁或曰檀仁』
“옛날에 환국이 있었는데, 백성은 부유하였고 또 많았다.
처음 환인(桓仁)께서 천산(天山)에 머무시며 도를 깨쳐 오래오래 사셨으니 몸에는 병도 없으셨다.
하늘을 대신해서 널리 교화(宣化)하시니 사람들로 하여금 군대를 동원하여 싸울 일도 없게 하였으며, 누구나 힘껏 일하여 주리고 추위에 떠는 일이 없게 되었다.
안파견 환인 다음에 혁서(赫胥) 환인, 고시리(古是利)환인, 주우양(朱于襄)환인, 석제임(釋帝任)환인, 구을리(邱乙利)환인, 지위리(智爲利)환인에 이르렀다. 지위리환인은 단인(檀仁)이라고도 한다.”
“에이, 겨우 일곱 분 환인이시네.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모양일세.”
배달국이나 단군조선의 역년을 생각하며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선생님,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엄청납니다.”
“뭐요? 엄청나? 계속 읽어 보세요.”
『古記云波奈留之山下有桓仁氏之國天海以東之地亦稱波奈留之國其地廣南北五萬里東西二萬餘里摠言桓國分言則卑離國養雲國寇莫汗國句茶川國一羣國虞婁國一云畢那國客賢汗國句牟額國賣句餘國一云稷臼多國斯納阿國鮮稗國一稱豕韋國或云通古斯國須密爾國合十二國也天海今曰北海傳七世歷年三千三百一年或云六萬三千一百八十二年未知孰是』
“고기에 이르기를, ‘파내류산’ 밑에 환인 씨의 나라가 있으니 천해동쪽의 땅이다. 파내류의 나라라고도 하는데 그 땅이 넓어 남북이 5만 리요 동서가 2만여 리니 통틀어 말하면 환국이요 갈라서 말하면, 비리국, 양운국, 구막 한국, 구다 천국, 일군국, 우루국 혹은 필나국, 객현 한국, 구모액국, 매구여국 또는 직구다국, 사납아국, 선패국 혹은 시위국 또는 통고사국, 수밀이국이니 합하여 12국이다. 천해(天海)는 지금 북해(北海)라 한다. 7세에 전하여 역년 3,301년 혹은 63,182년이라고 하는데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파내류산은 또 어디일까? 나는 혼자서 머리를 굴려보는 중에 삼천삼백 년이라는 말에 독약이라도 내뱉듯 한 마디 질렀다.
“삼천삼백 년?!!”
“육만 년이라고도 합니다!!!”
이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수치이다. 육만 년? 외계인이 나타나는 공상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숫자가 아닌가? 공상이다. 가늠할 수 없는 공상이다. 삼천삼백 년은? 이 역시 공상이다.
일곱 분이 삼천 년을 이으셨다면 한 분이 사오백 년을 사셨다는 것인데 이를 믿을 수 있을까? 배달국 천황께서 백 세 이상의 수를 누렸다지만 인간이 사오백 년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진대, 육만 년이라니! 이건 역사가 아닐 거야.
“선생님 여기 조대기(朝代記)라는 책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저자가 없지만 제법 두꺼운 책이다. 첫 장에 삼성기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동생, 이것을 믿어야 할까? 이건 인간세상의 역사가 아닐세.”
“저 역시 믿기지 않습니다만, 이 책을 쓰신 분들은 당대에서는 학자들이었을 텐데…… 어쨌거나 현장을 확인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런데 시간과 공간을 맞추자니 기준점을 잡기가 어렵구먼.”
고심하고 있는데 중국인 친구가 아주 쉽게 답을 내듯 말한다.
“선생님, 차라리 인류 원시 역사부터 훑어보면 어떨까요?”
“인류 원시 역사? 원시인, 유인원 이런 것 말인가?”
“그것 좋은 생각입니다. 인류시조부터 훑다 보면 우리 조상의 흔적이 나타날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하세나. 이왕이면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살펴봄세.”
“오! 선생님은 한 발 더 나가시네요. 신나는 여행이 되겠습니다.”
갑자기 대 우주의 한 곳에서 대폭발(Bigbang)이 일어나더니 소우주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지구라는 행성이 탄생한다. 지구 나이로 40억 년 전이며 우주 달력으로 3만 5천 년 전이다.
그분은 생명의 탄생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태양을 통해 빛을 내려 주었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며 그 분자들이 결합되어 물질이 되고 에너지로 형성되더니 마침내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생명체들은 제 각각의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생존을 이어갔으나 우주의 4계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생존경쟁에서 탈락되는 등 뭇 생명체들의 생몰(生沒)이 수없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지구도 지축을 이동시키며 진화를 하고 있다.
얼마의 시간을 돌렸을까?
“선생님 저기 인간과 비슷한 동물이 보입니다.”
중국인 강 씨가 가리키는 곳은 오늘날 아프리카 동부 지역이다.
“오 드디어 인류의 조상을 찾았구먼, 지금이 지구 나이로 250만 년 전일세!”
“저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가 보네요.”
그들은 다수로 무리를 지어 여느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벌판과 숲을 누비며 생활하고 있다. 다르다면 약간 엉거주춤 하지만 두 다리로 걸으며 두 손을 이용해 나무열매나 죽은 동물들의 고기를 먹으며 생활한다. 때로는 공룡 같은 큰 짐승들에게 쫓기며 목숨을 잃기도 했다.
“왜 인간은 두 다리로 직립하여 걷는 것으로 진화되었을까요?”
중국인 강 씨의 질문이다.
“글쎄요, 아마 멀리 바라보고, 두 손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자 한 것이겠지요.”
“그럴 거야. 대신 인간은 무거운 체중을 두 발로 받치다 보니 네 발 동물들이 없는 무릎관절이나 척추디스크 같은 병을 얻게 되었다 하더군.
“그렇군요, 그런데 동물들은 태어나자 곧바로 걷기도 하는데 우리 인간들은 몇 년을 돌봐야 하니 저 동물들과 생존경쟁에서는 매우 불리할 것 같습니다. 그건 진화가 아니라 퇴화된 느낌입니다.”
“흐흐 퇴화? 강 형, 맞는 말이요. 하지만 여자들이 태어나자 걸을 수 있도록 성장한 큰 애기를 선 채로 뱃속에 품고 있기에는 고통이 너무 심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빨리 출산하는 쪽으로 진화했을 거요. 대신 오랫동안 보살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는 거지요.”
어느 틈인가 막대나 도구를 사용하여 짐승들과 대항하기도 하며 물리치기도 하더니 어느 사이 스스로 작은 동물들을 죽여 배를 채우기 시작 했다.
그들은 아직 불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이용할 수 있었다.
불은 추위나 덩치 큰 동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임을 알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고기를 익혀 먹으면 맛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없는 세월이 흐르면서 몇몇의 무리들은 더 나은 생활공간을 찾고자 그곳을 떠나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쪽으로 이동하여 각각 생활터전을 구축한다. 각각의 지역에서 그곳의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유전적으로 진화한다.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서 언어를 수없이 개발하며 삶의 질을 높이며 다른 동물보다 우위의 지위를 갖춘다. 이들은 네안데르탈인이다.
이무렵 동부 아프리카에서 보다 진화된 새로운 종족(호모사피엔스)이 생겨나더니 그들은 급속도로 곳곳으로 전파되면서 토착 종족(네안데르탈인)들과 교류, 내지는 싸우기도 하며 어느 사이 토착종족을 흡수하여 최강의 종족으로 굳히며 삶의 터전을 더욱 확대하였다. 이들은 이전의 종족들과 마찬가지로 몇 차례의 빙하기와 홍수기 등의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물처럼 멸종되지 않고 꿋꿋하게 견디어 왔다.
(문단 나눔)
이제 그들은 불을 자유자재로 일으키기도 하고 돌이나 나무, 동물 뼈를 이용한 연장을 만들어 사냥의 효율성도 높이며 먹이를 찾아 집단적으로 떠돌이 생활을 한다.
인지가 더 발달한 종족은 수렵채취 생활보다 한 곳에 정착하여 농업위주 생활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음을 터득하며 소규모 공동생활에서 벗어나 대규모 집단생활을 영위한다.
집단생활에는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통제하는 계급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들은 계급을 이용하여 권력을 행사하고며 보다 세분화된 질서를 구축하며 집단의 규모를 확대하였다.
이즈음, 참으로 뜻밖의 현상이 나타났다. 지구 곳곳에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인간들과 너무나 흡사했지만 체구가 컸으며 피부색은 대체로 검고 몸에 털이 많은 편이었다.
외계인들은 인간들보다 앞선 지식과 문명을 이용해 인간들이 생각하지 못한 피라미드 같은 거대한 신전이나 석조물을 짓기도 하고 무지한 인간들을 가르치며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며 식민지를 운영하였다. 인간들은 그들의 첨단 무기가 두려웠고 그들의 뛰어난 지식이나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그들을 경외하기도 했다.
이렇게 3만 년 정도가 지날 무렵 대 홍수가 일어나고 땅이 솟고 바다가 메워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자 그들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구 달력으로 불과 1만 5천여 년 전의 일이다. 그들이 남긴 흔적들의 대부분은 바다 속으로 잠기거나 땅 속으로 묻혀버렸다. 극지방은 얼음으로 덮이고 말았다. 일부 남아 있는 흔적에 인간들은 신으로 떠받들던 그들이 돌아올 것을 고대하며 전설과 신화를 만들고 있었다.
“아니 외계인이 실재하였단 말인가? 그것도 4만 5천 년 전에~!!!”
“형님, 페루의 나스카 그림이나 오키나와 근해의 해저 신전, 전설상의 아틀란타 대륙, 뮤 대륙…… 이 모든 게 외계인의 문명이었군요.”
“맞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발굴된 첨단의 정교한 부품이나 UFO를 연상케 하는 벽화 등도 외계인들의 흔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생전에 외계인 존재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했는데 우린 너무 싱겁게 확인한 셈입니다. 이래서 우리 여행이 신난다는 겁니다. 하하하~”
우리 모두는 흥분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봄에 생명들이 탄생하고, 여름의 성장기, 가을의 수확기를 거쳐 겨울철이면 생명들이 소멸하거나 휴면하는 우주 질서, 그 틈에서 오늘날까지 살아온 생명체 중 하나인 우리 인간이 미래에도 만물의 영장의 지위를 유지하며 존속할 수 있을까? 외계인의 출현도 그분의 뜻이었을까?’
“형님 저곳을 보십시오. 많은 인간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구가 평온을 되찾으면서 지구 곳곳의 인간들은 다시 생기를 찾아 번성하며 특히 기후가 따뜻한 천산 주변으로 일단의 종족들의 인간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저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경로를 잠시 돌려봅시다.”
“그렇지, 천지개벽으로 약간의 단절이 있었지.”
그들의 조상은 그들로 부터 3만여 년 전부터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살던 종족들이다. 7만여 년 전, 동부아프리카에서 온 소위 호모사피엔스였으며 먼저 있던 종족들과 결합하고 통합하며 하나의 종족으로 유지하고 있던 중, 급작스런 빙하기를 맞아 뿔뿔이 흩어져 동면하다시피 생존하다가 기후가 온난하자 다시 활동하게 된 것이다.
“형님, 좀 전 토착종족과 이주종족 간의 결합이 혹시 ‘아만과 나반’의 전설이 아닐까요?”
“저도 동감입니다. 우리 중국의 ‘반고’ 전설이 이런 것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군요.”
“그럴 수도 있겠어. 그런 면에서 본다면 중국 중화족의 시조나 우리나라의 시조나 뿌리는 하나인 것 같은데, 허허.”
그들은 타제석기에서 마제석기로의 기술개발로 나무열매나 곡식을 채취하는 데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토기를 발명함으로써 음식이나 잉여식량을 저장할 수 있고 끓여먹을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가축을 기르고 씨를 뿌려 곡식을 수확하는 지혜를 갖추어 본격적인 농경생활을 하게 되는 이른바 농업혁명의 시대를 이루었다.
“선생님, 벼농사가 서남아시아의 메소포타미아에서 먼저 발생한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가 먼저였군요.”
“강 형, 1990년 후반 우리나라 충북 청원군의 소로리에서 1만 4천 년 전의 볍씨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볍씨를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볍씨로 세계에서 인정하고 있어요.”
“동생, 그런 일이 있었나? 나도 우리나라의 벼농사가 동남아나 서남아에서 건너온 걸로 알았는데……. 그럼 저들의 벼농사가 우리 조상들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데.”
천산산맥과 알타이산맥 동쪽 주변에서 인류의 무리들은 과거 수만 년에 걸쳐 이루어진 문명을 바탕으로 단 수천 년 만에 앞서의 그것보다 몇 백 배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가장 찬란한 문명을 건설하였다.
찬란한 그 문명 중에 과거의 것과 현저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영적(靈的)인 발달과 더불어 하늘과 태양을 숭배하는 사상이다. 하늘 숭배는 단순한 숭배가 아니라 나 자신도 하늘로부터 왔으며 나도 언젠가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도 곧 하늘이요, 그 하늘 저편 태양에는 천지우주를 주재하는 상제님이 계시는 곳이라 생각한다.
상제님은 인간은 물론이요, 천지우주에 절대 필요한 빛을 모으고 또한 천지우주와 인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시기 때문에 ‘대 광명’의 본체인 그분을 섬기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삶의 과정이자 목표인 것이다. 아침마다 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절을 하며 항상 그분의 뜻을 발현코자 했다.
그들은 천지우주 광명과 하나가 된 존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크나 큰 밝음의 뜻인 ‘환(桓)’이라 불렀으며 환의 존재인 자신들을 지도하고 다스리는 위인(偉人)을 환인(仁)이라 불렀으니, ‘사람을 구제하고 세상을 다스림에 반드시 어진 마음으로 행하기’ 때문이다.에 환인(仁)이라 불렀다.
환인은 상제님의 정기를 받은 동남동녀(童男童女) 800명을 이끌고 각지를 순행하며 상제님을 받드는 제천의식을 주관하고 상제님의 말씀을 呪文으로 백성들을 교화하였다.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析三極無盡本(석삼극무진본)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一積十巨無櫃化三(일적십거무궤화삼)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大三合六生七八九(대삼합육생칠팔구) 運三四成環五七(운삼사성환오칠) 一妙衍萬往萬來(일묘연만왕만래) 用變不動本(용변부동본) 本心本太陽(본심본태양) 仰明人中天地一(앙명인중천지일)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
‘하나(상제님)는 천지만물이 비롯된 근본이나 무에서 비롯한 하나이어라!
이 하나가 나뉘어 천·지·인 삼극으로 작용해도 그 근본은 다할 것이 없어라!
하늘은 창조운동 뿌리로서 첫째가 되고 땅은 생성운동 근원되어 둘째가 되고 사람은 천지의 꿈 이루어서 셋째가 되니, 하나가 생장하여 열까지 열리지만, 다함없는 조화로서 3수의 도 이룸일세!
하늘은 음양운동 3수로 돌아가고 땅도 음양운동 3수로 순환하고 사람 역시 3수로 살아가니 천지인 큰 3수 마주 합해 6수 되니, 생·장·성, 7·8·9를 낳게 함이네!
천지만물 3과 4수 변화마디 운행하고 5와 7수 변화원리 순환운동 이룸일세!
하나는 오묘하게 순환운동 반복하여 조화작용 무궁무집하니 그 근본은 변함없네!
근본은 마음이니 태양에 근본 두어 마음의 대광명은 한없이 밝고 밝아 사람은 천지 중심의 존귀한 대 존재(太一)이니, 또한 하나는 천지만물 끝을 맺는 근본이나, 무로 돌아가 마무리된 하나(상제님)이니라!’
“아니! 저 주문은 천부경이 아닌가?”
“형님께서 천부경을 어떻게 아십니까? 저 주문이 천부경이라고요?”
“그렇네, 내가 단전호흡운동을 할 때 도반들과 함께 외우던 것일세. 그때는 수천 년 전부터 전해오는 우리 민족의 고유 주문이라며 뜻도 모르고 외웠지. 그 천부경이 환국에서 유래되었다니!”
“저도 고운 최치원 선생이 우리 민족 전래의 주문을 한자로 옮겼다는 천부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군요. 저들이 외는 것을 들으니 좀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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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최초의 經典인 셈이군요.”
“경전? 그렇지 경전인 셈이지. 심오한 우주철학이 담긴 경전이지.”
환인은 아홉 부족별로 백성의 추대를 받아 선출되었으며 영역지역이 확대되면서 9명의 환인이 모여 만장일치로 환인의 수장을 추대 또는 선출하였으니 곧 천제님이시다.
환인천제님이 선출된 부족에서 또다시 천제님이 선출되면 같은 이름으로 불리었으니 일곱 부족, 다섯 나라에서 총 열다섯 분의 환인천제님이 계셨고 모두 200세 이상의 수를 누리시며 하늘과 소통하셨다.
하늘의 도를 받들어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태양 같은 존재를 뜻하는 안파견 환인이 추대되면서 마침내 인류 최초 국가인 제정일치의 환국을 선포하게 된다.
“동생, 배달환웅천황님보다 3,300년이나 앞선 분일세, 이렇게 보고도 믿기지 않네.”
“저 역시 믿기지 않습니다.”
“선생님, 제가 배달국 체험 때 ‘황금시대(the golden age)’라는 말을 한 적 있었잖습니까? 그게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원시 샤머니즘을 연구한 독일학자 칼바이트, 세계의 거석문화의 대가인 를 연구한 피터 마샬, 그리고 영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 등 많은 학자들이 인류 역사의 초기를 황금시대라 부르며 신과 소통하며 죽음을 모르고 질병과 고통이 없는 자유로운 경지에 살았다며 인간의 수명이 200세 이상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시대가 기원전 5,000년 이전의 시기라 했으니 바로 이때가 아니겠습니까?”
첫째 동생이 부연하였다.
“그렇다면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담의 자손들도 노아에 이르기까지 수백 살까지 산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도 사실이란 말인가?”
“유대 민족의 지도자로 추앙받은 아브라함도 175세까지 살았다고 했습니다만, 아- 동양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옛 사람들은 어찌하여 백 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살았는가?’ 하는 황제의 질문에 기백이란 신하가 ‘그들은 천지의 법칙을 지키며 살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 게 있는데 이 시대는 무병장수의 시대가 맞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환국의 역사를 살펴보시죠? 형님.”
환국은 파내류산 주변에서 처음 9개의 부족으로 출발한 환족이 번성하면서 여러 곳으로, 특히 동방으로 진출하면서 12개의 부족연맹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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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과 금악산 주위로 수밀이국, 우루국, 천해인 바이칼 주변에 월지국, 양운국 매구여국, 대흥안령산맥 중심으로 일군국, 구다천국, 오늘날 몽골지역에 개마국, 비리국, 구막한국 등 12나라이다.
환인천제는 약 2천 년 동안은 수밀이국과 우루국에 주재하시다 그 후 1,000년간은 북쪽으로 이동하여 각 나라에서 번갈아 주재하시며 천하를 다스렸다.
환국 후반기에 기후 변화로 수밀이국과 우루국의 환족은 천산산맥과 파밀고원을 넘어 오늘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 초승달 모양의 지역에 ‘하늘에 이르는 계단’이라는 뜻의 수메르에 정착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앞선 ‘수메르 문명’을 일구었다.
“아니,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전에 다른 문명이 존재하였군요. 그것도 환족에 의해서 말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그리스 로마 문명의 근원이라 했는데 결국 수메르 문명 덕분에 오늘의 서양 문명이 존재하게 된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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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수메르 문명은 20세기 후반에서야 메소포타미아와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으로 재조명되고 있지요. 토인비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동방의 문명으로 추정하였는데 사실로 입증된 셈이지요.”
거의 동 시대인 이 무렵에, 매구여국과 구다천국 사이 환인천제의 적통(嫡統)을 다투며 환웅과 반고가 각각의 개척단을 이끌고 환웅은 동방으로 나아가 이미 한반도를 비롯한 백두산 주변의 종족을 아우르며 신시배달국을 개천하였고, 반고는 남방 삼위산 납림동굴을 기반으로 하여 반고가한(盤固可汗)이 되어 한(漢)족의 시조가 되었다.
“놀랍습니다. 전설상의 반고가 실제 인물이었다니, 황제헌원이 우리 한족의 시조인 줄 알았습니다만…….”
“허허, 한족의 뿌리를 찾았구먼. 결국 한족도 우리 환족에서 갈라진 것일세. 같은 뿌리였는데 왜 그렇게들 아웅다웅하였는지…….”
“기독교, 마호멧교가 같은 뿌리이면서 앙숙처럼 싸우는 것처럼 어쩌면 환국의 적통자 다툼이었을 수 있겠습니다. 아님 적통자에서 밀려난 것에 대한 보복 같은 거~”
“적통자 다툼? 그래,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럼 누가 적통자였다는 겁니까? 漢, 韓 모두 桓과 같은 뜻인데.”
“그야 환웅천황이지요. 마지막 환인천제이신 단인(檀仁)천제께서 환웅께 천부와 인(印)을 주셨음은 환국의 종통을 환웅천황께 주신 것이지요. 천부란 환국, 즉 세상을 다스리는 권한의 증표이고 인은 환국의 종통을 뜻하는 옥쇄가 아니었습니까?”
“그것만이 아니었어,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통치이념도 계승하였지 않나.”
“선생님 저기 보십시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는데요.”
일단의 무리들이 수세기에 걸쳐 바다를 건너고 있다. 지난번 지각변동으로 바다였던 땅이 솟아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연결된 곳이다. 벌써 몇 차례 땅이 되었다 바다가 되었다를 반복하던 곳이었다.
아사달에서 출발하여 아류산열도 쿠릴열도를 거쳐 북미 중미대륙으로 이동하면서 일부는 미국의 인디언 문명을, 일부는 멕시코 등 중남미의 아즈택과 마야 문명의 터전을 일구었다.
그들의 이동은 대진국(발해)이 멸망하는 시점까지 수천 년 동안 몇 차례 걸쳐 계속되었으며, 수천 년 전 단절되었던 선조들의 문명을 차곡차곡 재현시키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미국을 여행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레이크라(Sonoma Lake)는 작은 인디언 풍습 박물관에 갔었지. 그곳의 인디언 생활용구를 보면서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시골모습이 그대로 연상되었을 뿐 아니라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윷놀이 도구가 우리 것과 똑같아 놀랐는데 그 연유가 바로 우리와 같은 조상들이었기 때문이구먼.”
“멕시코 아즈택 역사 문화를 연구했던 배재대학교 손성태 교수에 의하면 맥시코의 원주민들 말에는 우리말의 흔적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고, 우리 민족의 풍습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그렇지. 우리 민족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와 풍습이 있는데 그걸 보면 우리 민족의 분포나 이동경로 등을 알 수 있을 거야.”
“그게 뭡니까? 아! 상투도 있겠다.”
중국인 친구가 아주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재빠르게 말했다.
“그렇지 상투는 상제님이 머무시는 곳이라고 환웅천황님이 말씀하셨지. 댕기도 그렇고, 그래 금(禁)줄도 있겠다.”
“금줄이 뭔가요?”
“애기가 태어났을 때 잡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산모 방이나 집 앞에 21일간 걸어놓는 줄이지.”
“그래요? 기억납니다. 길림의 조선족들에게 그런 풍습이 있습디다.”
“또 뭐가 있을까? 그래 온돌이 있겠다.”
“맞습니다. 온돌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아류산 열도나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주변에서 5천 년 전의 온돌이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학계가 떠들썩했습니다.”
“허허~ 우리 민족은 등이나 엉덩이가 따뜻해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지. 오늘날 구들장 대신 전기장판이나 온수파이프 등으로 대신하지만, 암튼 난방방식으로는 최고라 할 수 있지. 아마 온돌시스템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아파트 문화가 그렇게 발달하지 못 했을 거야. 요즘 서양에서도 온돌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한다더군.”
“그리고 장례 문화가 독특합니다. 염을 하는 것은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풍습입니다. 그리고 무덤을 돌로 쌓아 만드는, 즉 적석분(積石墳)이지요, 그것이 고인돌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만 이는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든 후 신라나 백제처럼 흙을 덮어 봉분을 만드는 방법과 피라미드와 같이 외곽에 돌을 계단식으로 쌓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체로 제단과 겸하고 있는데 고구려의 옛 영토인 집안(集安)에 가면 수천기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저도 본 적 있습니다. 그 규모가 대단하던걸요.”
“고인돌은 한반도가 가장 많다면서?”
“그렇습니다. 전 세계 고인돌의 반 정도가 우리 한반도에 있습니다. 그 형식도 다양하여 우리 한반도가 1만 년 전부터 종족 이동의 중심 경로였던 셈이지요.”
“또 뭐가 있지요?”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 약간을 농사짓는 방법과 불을 잘 일으키는 법을 가르쳐준 고시(高矢)에게 던져주는 ‘고수레’도 있고…… 아, 그네타기!”
“그네타기라고요? 그건 우리 중국이나 서양에서도 많이 타는데요?”
“그건 그네를 타는 것이 아니라 흔들이 오락기구를 타는 것이지. 그들은 그네에 앉아 누군가가 밀어주거나 당겨주는 것에 의해 흔들리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서서 발판을 구르는 힘으로 창공을 지르는 것이기에 운동량도 상당할 걸? 특히 쌍그네는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것이지.”
“예~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인상이 깊었습니다. 한 번 더 봤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사이 중남미 대륙과 북미 대륙의 환족 후예들은 15, 16세기 바다 건너온 이민족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며 그들이 일구었던 수천 년의 찬란한 문명은 전설로 남는다. (9부에서 계속)
그들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구 달력으로 불과 1만 5천여 년 전의 일이다. 그들이 남긴 흔적들의 대부분은 바다 속으로 잠기거나 땅 속으로 묻혀버렸다. 극지방은 얼음으로 덮이고 말았다. 일부 남아 있는 흔적에 인간들은 신으로 떠받들던 그들이 돌아올 것을 고대하며 전설과 신화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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